병원에 가라고 해도 한 번을 안가고 버티는 가족이 있다. 집마다 한 둘 쯤 있는 이 ‘고집불통’은 “병원 가면 돈만 들지”, “병원 가서 아프면 일 못하지”, “병원 가면.....” 입으로는 아프다면서 핑계도 많다. 아픈 구석도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허리가 쑤신다며, 두통이 심하다며, 어느 날은 눈이 침침하다고 어지럽다는 말도 한다. 그러다 고열에 시달릴 때도 있고, 무릎이 시큰하다면서 “비가 오려나”라고. 애꿎은 날씨 탓을 한다.
산업재해 상담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프다면서 병원에 안 간다는 분들은 속이 답답해진다. 수근관증후군, 적응장애, 요추간판탈출증, 난청, 유산·사산(조산 포함) 진단받았어요. 라며 찾아온다. 병원 다녀오셨냐, 지금 몸은 괜찮으시냐 라고 물으면 생각과 다른 응답이 돌아오는 때가 있다. 한번은 입주간병인 60대 여성 A씨가 찾아왔다. 간병을 받는 어르신은 나이가 많았지만 스스로 거동도 잘 하셨는데 사고는 불시에 찾아왔다. 어르신의 몸이 유독 안 좋았던 맑은 날 거동을 돕던 A씨는 어르신을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 그리고 허리에서 “툭” 소리가 났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겨우겨우 움직여 병원에 갔더니 요추 압박 골절이란 진단을 받았다. 60대는 노인도 아니라지만, 나이가 들면 골다공증 유병률이 급증한다. 돌봄이 필요한 90대 어르신을 돌보던 간병인은 돌봄을 받아야 하는 어르신이 됐다. 상담소에는 A씨의 남편이 A씨를 부축해 힘을 내라고 응원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문득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입원 며칠 하랬다면서 왜 입원 안하셨어요? 엄청 아프시잖아요”. A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산재 된다고 하면 입원하려고요. 병원비도 나오고 월급도 준다면서요. 의사한테 안 아픈 척 하고 나왔어요” 놀라서 사고는 언제 났냐고 물어보니 5일 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산재 신청도 하지 않았던 거다. 한국의 산업재해보험은 신청주의를 택하고 있다(노동선진국이 택하는 직권주의가 아니라). 재해자의 신청이 있어야 산재인정을 위한 절차가 개시된다. 그리고 신청하려면 진단서와 난해하게 생긴 신청서류를 작성해서 사업장 주소지를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에 접수하는 복잡함도 있다. 5일이나 산업재해 신청을 안 하고 아픈데도 입원을 참는 모습에서 마치 고집불통 가족이 떠올라 속이 어지러워졌다.
요즘에는 산업재해 신청이 비교적 쉽다. 과거와 달리 근로복지공단이 지정한 산재지정 의료기관에는 산업재해 신청을 대신해준다.
A씨와 같은 사고로 인한 질환은 신속하고, 수월하게 인정받는 편이다. 근로복지공단이 2024년 5월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재해 처리 소요기간은 평균 17.5일(2024년 3월 기준)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신청일로부터 7일 안에 지급 여부를 결정하라는 규정보다 긴 기간이 소요되지만 질병은 평균 235.9일 걸린다). A씨와 같이 사고일 때 준비해야 할 것은 사고가 난 경위와, 사고를 보거나 입증할 수 있는 증인 또는 증거정도다. A씨는 꽤나 만족해서 돌아갔다. 아참 A씨에게 산재 인정은 당장 생각하지 말고 아프면 쉬거나 입원하셔야 한다는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아플 때 쉬지 않고 일하면 골병이 난다. 제도는 환경과 같아서 그 안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아참. 산재는 인정받았다.
하나 알아둬야 할 제도가 또 있다. 외국에는 상병수당이란 게 있다. 근로능력 상실했을 때 어느 정도의 생계비를 보장받고 쉴 수 있는, 산재 인정 없이도 A씨를 병원에 보낼 제도도 필요하다.
병원에 가라고 해도 한 번을 안가고 버티는 가족이 있다. 집마다 한 둘 쯤 있는 이 ‘고집불통’은 “병원 가면 돈만 들지”, “병원 가서 아프면 일 못하지”, “병원 가면.....” 입으로는 아프다면서 핑계도 많다. 아픈 구석도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허리가 쑤신다며, 두통이 심하다며, 어느 날은 눈이 침침하다고 어지럽다는 말도 한다. 그러다 고열에 시달릴 때도 있고, 무릎이 시큰하다면서 “비가 오려나”라고. 애꿎은 날씨 탓을 한다.
산업재해 상담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프다면서 병원에 안 간다는 분들은 속이 답답해진다. 수근관증후군, 적응장애, 요추간판탈출증, 난청, 유산·사산(조산 포함) 진단받았어요. 라며 찾아온다. 병원 다녀오셨냐, 지금 몸은 괜찮으시냐 라고 물으면 생각과 다른 응답이 돌아오는 때가 있다. 한번은 입주간병인 60대 여성 A씨가 찾아왔다. 간병을 받는 어르신은 나이가 많았지만 스스로 거동도 잘 하셨는데 사고는 불시에 찾아왔다. 어르신의 몸이 유독 안 좋았던 맑은 날 거동을 돕던 A씨는 어르신을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 그리고 허리에서 “툭” 소리가 났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겨우겨우 움직여 병원에 갔더니 요추 압박 골절이란 진단을 받았다. 60대는 노인도 아니라지만, 나이가 들면 골다공증 유병률이 급증한다. 돌봄이 필요한 90대 어르신을 돌보던 간병인은 돌봄을 받아야 하는 어르신이 됐다. 상담소에는 A씨의 남편이 A씨를 부축해 힘을 내라고 응원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문득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입원 며칠 하랬다면서 왜 입원 안하셨어요? 엄청 아프시잖아요”. A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산재 된다고 하면 입원하려고요. 병원비도 나오고 월급도 준다면서요. 의사한테 안 아픈 척 하고 나왔어요” 놀라서 사고는 언제 났냐고 물어보니 5일 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산재 신청도 하지 않았던 거다. 한국의 산업재해보험은 신청주의를 택하고 있다(노동선진국이 택하는 직권주의가 아니라). 재해자의 신청이 있어야 산재인정을 위한 절차가 개시된다. 그리고 신청하려면 진단서와 난해하게 생긴 신청서류를 작성해서 사업장 주소지를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에 접수하는 복잡함도 있다. 5일이나 산업재해 신청을 안 하고 아픈데도 입원을 참는 모습에서 마치 고집불통 가족이 떠올라 속이 어지러워졌다.
요즘에는 산업재해 신청이 비교적 쉽다. 과거와 달리 근로복지공단이 지정한 산재지정 의료기관에는 산업재해 신청을 대신해준다.
A씨와 같은 사고로 인한 질환은 신속하고, 수월하게 인정받는 편이다. 근로복지공단이 2024년 5월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재해 처리 소요기간은 평균 17.5일(2024년 3월 기준)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신청일로부터 7일 안에 지급 여부를 결정하라는 규정보다 긴 기간이 소요되지만 질병은 평균 235.9일 걸린다). A씨와 같이 사고일 때 준비해야 할 것은 사고가 난 경위와, 사고를 보거나 입증할 수 있는 증인 또는 증거정도다. A씨는 꽤나 만족해서 돌아갔다. 아참 A씨에게 산재 인정은 당장 생각하지 말고 아프면 쉬거나 입원하셔야 한다는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아플 때 쉬지 않고 일하면 골병이 난다. 제도는 환경과 같아서 그 안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아참. 산재는 인정받았다.
하나 알아둬야 할 제도가 또 있다. 외국에는 상병수당이란 게 있다. 근로능력 상실했을 때 어느 정도의 생계비를 보장받고 쉴 수 있는, 산재 인정 없이도 A씨를 병원에 보낼 제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