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말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점심을 먹으려 신촌의 한 순두부집에 들어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며 점원과 눈이 마주쳐 짧게 목례를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점원은 곧 말했다.
“무엇을 드릴까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 역의 탕웨이가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말하듯, 모국어가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어투였다.
내게 가장 익숙한 말을 조금은 다르게 하는 그에게 “들깨순두부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식사는 맛있었고, 사과와 대파, 공산품의 가격이 오른 만큼 인상된 찌개 값을 치루고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저녁에 간 중국집에서 이번에는 다른 직원이 “무엇을 드릴까요?”라고 물었고, 나는 다시 그를 돌아봤고, 요리를 주문했고, 식사를 하고 나왔다.
앳된 것으로 보아 유학생 같았다. 식사는 다를 거 없이 맛있었고, 흡족했다.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그리고 최근 젊은 유학생이 상담을 왔다. 하는 말은 그랬다.
일을 한지 1년 3개월이 되던 때 사장이 가게가 어렵다고 그만 나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만두기 전 3개월 동안은 가게가 어렵다고 해서 월급도 반절만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사장과 점점 연락이 되지 않던 중 유학생은 가게에 찾아갔다.
놀라울 것도 없이 오픈 중이었다. 사장은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일하고 있었다.
화가 난 유학생이 달려들어서 내 3개월치 월급 언제 줄 거냐고 우격다짐으로 다투고 온 활극이었다면 속이라도 시원했을까, 싶지만 유학생은 그러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유학생들 사이에 괴담이 있다고 했다.
우선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지를 잠깐 보려한다.
한국은 외국인 유학생(D-2 또는 D-4비자, 학사 기준)에게 주중 20시간(최대 25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당국의 정식 허가 기준은 여기에 직전 학기 학점기준도 있고, 한국어 능력 수준(토픽, KIIP)를 일정 수준 이상 인정받아야 한다. 이렇게 여러 조건을 다 충족했을 때 시간제 취업을 할 수 있다.
대략 1주 5일 일한다고 하면 하루 2시간에서 5시간 정도 일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다니는 일이 특별하지도 않고,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가 유학생이라고 가벼울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우리 문화 배우러 왔으니 기특하다며 깎아줄 만큼 한국이 녹록한 나라도 아니다.
옛날에 주경야독 이야기가 지금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하는 흙수저의 이야기로 읽힌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최근 식당에서 유학생이 서빙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은 것은 단편적인 인상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학생들이 한국의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대학가에는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이후 다시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추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4년 약 84,900에서 2022년에는 166,900명으로 약 2배가 증가했다.
그리고 교육부는 2023년 8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런 유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괴담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시간 넘겨 일해서 강제출국”이라는 거다.
유학생은 1주 20시간을 일하기 시작했지만, 방학을 지나면서 지금까지 3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20시간을 초과해서 30시간을 일하자고 제안한 사장님이야 일시키고 돈 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세상 장사가 내 맘대로 됐으면 모두가 뿅뿅동 큰손 백종원되는 거다.
장사가 생각보다 안됐고, 유학생은 어느 날 보니 10시간치 월급을 못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20시간치 월급은 꼬박꼬박 준 걸 두고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이 유학생은 식당에서 더 일하기를 포기했다.
시급이 짜면 오랫동안 일할 유혹에 벗어나기 어렵다.
거기다가 젊은 사람의 체력에 주20시간과 주30시간이 큰 차이가 아니니 잔뜩 팽팽해진 트리거를 누가 당기느냐인데 사장님이 10시간 더 일해서 돈 벌어가라는 말을 무심히 지나칠 젊은이는 별로 없다.
그렇게 지나고 보니 30시간치 일을 하고 있는 거다.
스쳐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인연을 상상해보는 청춘의 시간에, 일한 만큼 돌려받는 대가의 이치는 쉽게 무시당한다.
그렇게 유학생은 10시간치 임금을 받기를 포기했다.
무심한 법 때문인데, “니 사정이 딱한지는 내 알 바 아니고, 너가 일 한 게 문제니 앞으로 취업제한이 걸릴 수 있다. 아참 범칙금도 내라”기 때문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어느 나라에서 왔던 공부하겠다는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싸게, 생활비를 충분히 지원했다면, 그리고 1주 20시간 초과해서 일하자는 제안을 사장이 못하게 사장을 강하게 제지했다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그리고 갑자기 귀에 다시 울렸다.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가 그랬는데,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글쓴이 : 공인노무사 권남표
유학생의 말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점심을 먹으려 신촌의 한 순두부집에 들어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며 점원과 눈이 마주쳐 짧게 목례를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점원은 곧 말했다.
“무엇을 드릴까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 역의 탕웨이가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말하듯, 모국어가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어투였다.
내게 가장 익숙한 말을 조금은 다르게 하는 그에게 “들깨순두부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식사는 맛있었고, 사과와 대파, 공산품의 가격이 오른 만큼 인상된 찌개 값을 치루고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저녁에 간 중국집에서 이번에는 다른 직원이 “무엇을 드릴까요?”라고 물었고, 나는 다시 그를 돌아봤고, 요리를 주문했고, 식사를 하고 나왔다.
앳된 것으로 보아 유학생 같았다. 식사는 다를 거 없이 맛있었고, 흡족했다.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그리고 최근 젊은 유학생이 상담을 왔다. 하는 말은 그랬다.
일을 한지 1년 3개월이 되던 때 사장이 가게가 어렵다고 그만 나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만두기 전 3개월 동안은 가게가 어렵다고 해서 월급도 반절만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사장과 점점 연락이 되지 않던 중 유학생은 가게에 찾아갔다.
놀라울 것도 없이 오픈 중이었다. 사장은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일하고 있었다.
화가 난 유학생이 달려들어서 내 3개월치 월급 언제 줄 거냐고 우격다짐으로 다투고 온 활극이었다면 속이라도 시원했을까, 싶지만 유학생은 그러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유학생들 사이에 괴담이 있다고 했다.
우선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지를 잠깐 보려한다.
한국은 외국인 유학생(D-2 또는 D-4비자, 학사 기준)에게 주중 20시간(최대 25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당국의 정식 허가 기준은 여기에 직전 학기 학점기준도 있고, 한국어 능력 수준(토픽, KIIP)를 일정 수준 이상 인정받아야 한다. 이렇게 여러 조건을 다 충족했을 때 시간제 취업을 할 수 있다.
대략 1주 5일 일한다고 하면 하루 2시간에서 5시간 정도 일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다니는 일이 특별하지도 않고,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가 유학생이라고 가벼울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우리 문화 배우러 왔으니 기특하다며 깎아줄 만큼 한국이 녹록한 나라도 아니다.
옛날에 주경야독 이야기가 지금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하는 흙수저의 이야기로 읽힌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최근 식당에서 유학생이 서빙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은 것은 단편적인 인상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학생들이 한국의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대학가에는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이후 다시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추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4년 약 84,900에서 2022년에는 166,900명으로 약 2배가 증가했다.
그리고 교육부는 2023년 8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런 유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괴담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시간 넘겨 일해서 강제출국”이라는 거다.
유학생은 1주 20시간을 일하기 시작했지만, 방학을 지나면서 지금까지 3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20시간을 초과해서 30시간을 일하자고 제안한 사장님이야 일시키고 돈 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세상 장사가 내 맘대로 됐으면 모두가 뿅뿅동 큰손 백종원되는 거다.
장사가 생각보다 안됐고, 유학생은 어느 날 보니 10시간치 월급을 못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20시간치 월급은 꼬박꼬박 준 걸 두고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이 유학생은 식당에서 더 일하기를 포기했다.
시급이 짜면 오랫동안 일할 유혹에 벗어나기 어렵다.
거기다가 젊은 사람의 체력에 주20시간과 주30시간이 큰 차이가 아니니 잔뜩 팽팽해진 트리거를 누가 당기느냐인데 사장님이 10시간 더 일해서 돈 벌어가라는 말을 무심히 지나칠 젊은이는 별로 없다.
그렇게 지나고 보니 30시간치 일을 하고 있는 거다.
스쳐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인연을 상상해보는 청춘의 시간에, 일한 만큼 돌려받는 대가의 이치는 쉽게 무시당한다.
그렇게 유학생은 10시간치 임금을 받기를 포기했다.
무심한 법 때문인데, “니 사정이 딱한지는 내 알 바 아니고, 너가 일 한 게 문제니 앞으로 취업제한이 걸릴 수 있다. 아참 범칙금도 내라”기 때문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어느 나라에서 왔던 공부하겠다는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싸게, 생활비를 충분히 지원했다면, 그리고 1주 20시간 초과해서 일하자는 제안을 사장이 못하게 사장을 강하게 제지했다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그리고 갑자기 귀에 다시 울렸다.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가 그랬는데,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글쓴이 : 공인노무사 권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