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깜빡이 키듯 연차 신청했더니 안마하라는 팀장... “연차 안쓰고 말지”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물리치료사 분이었다.
이어 안마를 했다고 했다. 조금 더 들어봐야 할 거 같아 이유를 물었고, 듣고 보니 터무니가 없었다. 사연은 이랬다.
내담자는 물리치료사인 직장인 A씨다. 병원에 연차 사용 규칙이 있었다.
① 월 말일(1월 31일)까지 다음 달 연차 사용일(2월 사용분)을 지정 → ② (징검다리 연휴 등 다수가 사용을 원하는 경우)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선택권 부여 → ③ (둘 이상의 신청자가 같은 날로 신청하는 경우) 쌍방 간 협의 → ④ (신청일자에 부서 결원이 없는 경우) 선착순 사용. 이 규칙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갔다. 그런데 알고 당하는 교통사고가 없듯, 바뀐 물리치료실 팀장이 분위기를 바꿀 거라고 직장인 A씨는 예상할 수 없었다.
직장인 A씨의 어머니는 고령으로 종종 몸이 아팠다. 팀장이 바뀐 며칠 뒤 직장인 A씨는 급하게 연차를 써야 했다. 병원에 모셔야 해서 그랬다. 마침 신청자가 없는 날이어서 팀장에게 연차 신청을 했다. “응 승인”이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건데... 다른 사람이 연차 쓰는 일, 고속도로 나들목 벗어나면서 우측 깜빡이 켜는 거랑 다를 바 없는 일, 이게 막혀서 교통사고가 났다. 팀장은 답했다. 처음에는 “응 승인”이라고 대충 말하더니만, 그리고 같은 날 저녁에는 “내 기분 봐서 정할게”라고 하고, 급기야 다음날에는 “내 어깨가 아프니 주무르라”고 했다고 한다.
직장인 A씨는 마지못해 마사지 볼로 팀장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생색만 냈다. 그리고 소극적인 반항의 표시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미 권력감에 도취된 팀장은 다시 불러서는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며 어깨를 다시 들이밀었다. 모멸감을 겪느니 상종도 하기 싫다는 제스처로 A씨는 차라리 연차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내게 주어진 연차를 쓴다는 것은...
5명이 넘게 일하는 사업장에서 연차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저런 모멸감을 겪을 이유가 없는데 일어난 일이다. 법에는 연차 사용 신청을 받은 상사나 사장이 할 수 있는 건, 승인하거나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며 날짜를 바꾸는 것뿐이다.
연차 쓴다는 말은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고 자동차 깜빡이 키는 것 같은 신호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팀장에게 안마를 안했다고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한 명 쉰다는 게 병원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일도 아니다. 팀장의 거부는 불법이고, 처벌도 받을 수 있다. 처벌 수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고용노동부 지청에 신고도 해볼 수 있다. 혼자 하기 어려우면 서대문 노동자종합센터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눈치 보지 않아도 괜찮다. 예상 외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휴가다.
뭐라고 조언을 해드렸을까? 만약 팀장이 뭐라고 하든 A씨가 휴가를 쓰고 출근을 안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단결근이라며 징계를 해도 부당한 징계가 되고, 무단 결근이라며 임금을 안줘도 임금체불이 된다. 눈치 보지 않아도 괜찮다. 예상 외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휴가다.
권남표 공인노무사
자동차 깜빡이 키듯 연차 신청했더니 안마하라는 팀장... “연차 안쓰고 말지”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물리치료사 분이었다.
이어 안마를 했다고 했다. 조금 더 들어봐야 할 거 같아 이유를 물었고, 듣고 보니 터무니가 없었다. 사연은 이랬다.
내담자는 물리치료사인 직장인 A씨다. 병원에 연차 사용 규칙이 있었다.
① 월 말일(1월 31일)까지 다음 달 연차 사용일(2월 사용분)을 지정 → ② (징검다리 연휴 등 다수가 사용을 원하는 경우)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선택권 부여 → ③ (둘 이상의 신청자가 같은 날로 신청하는 경우) 쌍방 간 협의 → ④ (신청일자에 부서 결원이 없는 경우) 선착순 사용. 이 규칙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갔다. 그런데 알고 당하는 교통사고가 없듯, 바뀐 물리치료실 팀장이 분위기를 바꿀 거라고 직장인 A씨는 예상할 수 없었다.
직장인 A씨의 어머니는 고령으로 종종 몸이 아팠다. 팀장이 바뀐 며칠 뒤 직장인 A씨는 급하게 연차를 써야 했다. 병원에 모셔야 해서 그랬다. 마침 신청자가 없는 날이어서 팀장에게 연차 신청을 했다. “응 승인”이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건데... 다른 사람이 연차 쓰는 일, 고속도로 나들목 벗어나면서 우측 깜빡이 켜는 거랑 다를 바 없는 일, 이게 막혀서 교통사고가 났다. 팀장은 답했다. 처음에는 “응 승인”이라고 대충 말하더니만, 그리고 같은 날 저녁에는 “내 기분 봐서 정할게”라고 하고, 급기야 다음날에는 “내 어깨가 아프니 주무르라”고 했다고 한다.
직장인 A씨는 마지못해 마사지 볼로 팀장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생색만 냈다. 그리고 소극적인 반항의 표시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미 권력감에 도취된 팀장은 다시 불러서는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며 어깨를 다시 들이밀었다. 모멸감을 겪느니 상종도 하기 싫다는 제스처로 A씨는 차라리 연차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내게 주어진 연차를 쓴다는 것은...
5명이 넘게 일하는 사업장에서 연차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저런 모멸감을 겪을 이유가 없는데 일어난 일이다. 법에는 연차 사용 신청을 받은 상사나 사장이 할 수 있는 건, 승인하거나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며 날짜를 바꾸는 것뿐이다.
연차 쓴다는 말은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고 자동차 깜빡이 키는 것 같은 신호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팀장에게 안마를 안했다고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한 명 쉰다는 게 병원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일도 아니다. 팀장의 거부는 불법이고, 처벌도 받을 수 있다. 처벌 수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고용노동부 지청에 신고도 해볼 수 있다. 혼자 하기 어려우면 서대문 노동자종합센터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눈치 보지 않아도 괜찮다. 예상 외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휴가다.
뭐라고 조언을 해드렸을까? 만약 팀장이 뭐라고 하든 A씨가 휴가를 쓰고 출근을 안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단결근이라며 징계를 해도 부당한 징계가 되고, 무단 결근이라며 임금을 안줘도 임금체불이 된다. 눈치 보지 않아도 괜찮다. 예상 외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휴가다.
권남표 공인노무사